
동편 기숙사의 빈칸
동편기숙사의빈칸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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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 4명
류하린나무검을 세 자루 부러뜨린 신입
설연연애소설 대출이 가장 긴 사서 조수
윤채린게시판 소문만 외우는 수업 졸음이
강서율신입 환영회 총무를 혼자 맡은 사람목차 · 15씬
1화
📍 동편기숙사 201호 · 밤 · 그 사이 잠깐
입학 첫날 밤, 동편 기숙사 201호였다. 창밖 소나기가 석조 처마를 두드리는 사이, 류하린·설연·윤채린·강서율 넷은 문간의 젖은 트렁크와 빈 이름판 앞에 서 있었다. 층계에서 열쇠 묶음이 금속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윤채린은 트렁크에는 손을 대지 않고 문틈에 귀를 붙였다. 열쇠 소리 사이 간격이 짧아지는 걸 세다가, 고개를 돌려 다섯 번째 침대만 커튼이 반쯤 열려 있는 걸 확인했다. 그다음 빈 이름판으로 손가락을 올렸다. 긁혀 나간 금박 아래에는 다른 이름이 지워진 자국이 남아 있었다.
"치워. 사감이야. 저 이름, 누가 뜯어 갔어."
윤채린의 말에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바깥에서는 발소리가 한 층 더 올라왔다.
설연은 문턱의 트렁크 손잡이만 잡았다. 힘으로 끌지 않고 각도를 바꿔 문틀 안쪽으로 조금씩 끌어당겼다. 벽의 학사력에 붉은 실로 동그라미 친 날짜가 성년제인 걸 확인한 뒤, 빈 이름판 쪽을 슬쩍 가리키며 한 걸음 물러섰다.
"문… 일단 닫혀야 해요."
강서율은 문간에서 열쇠 소리만 들으며 젖은 트렁크를 발끝으로 문턱 안쪽까지 밀어 넣었다. 그다음 손잡이만 잡아 문이 닫히게 했다.
"이름 같은 건 나중에. 문부터."
류하린은 양손으로 트렁크를 들어 침대 사이로 끌어 넣었다. 사감의 열쇠 소리에 어깨만 움츠린 채, 빈 이름판은 손가락 끝으로도 건드리지 않았다. 입을 열었다.
"나, 류하린. 이름은… 내가 먼저 말할게."
「류」까지 나왔다. 그다음 음절은 목구멍에 걸려 돌아왔다. 그 사이 문은 이미 닫혀 있었다. 류하린은 트렁크 손잡이를 더 세게 쥐었고, 강서율이 문을 막은 손은 떼지 않았다.
발소리가 문 바로 밖에서 멈췄다. 빈 이름판은 침대 머리맡에 그대로였고, 긁힌 금박 자국도 그대로였다.
이 장면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2화
📍 동편기숙사 201호 · 밤 · 그 사이 잠깐
입학 첫날 밤, 동편 기숙사 201호였다. 문 바로 밖에서 숨소리가 멎었고, 방 안 네 사람은 젖은 트렁크 냄새와 왁스 냄새 사이에서 각자 다른 곳만 향했다.
강서율은 문고리에 손바닥을 얹은 채 그대로 버텼다. 바깥 숨소리는 문짝 바로 앞에서 멈춰 있었지만, 아직 손은 고리에 닿지 않았다. 입이 열리려는 쪽을 눈짓으로 막았다.
"이름 꺼내지 마. 두드리면 모른 척해."
류하린은 강서율이 막은 문짝 뒤에 어깨를 붙였다. 손잡이는 잡지 않았고, 문 너머 숨소리만 들었다. 그다음 입을 열었다.
"…하린. 류하린이야."
「하린」 앞에서 목소리가 꺾였다. 강서율의 눈짓이 먼저 닿았고, 방 안에 남은 것은 「류」뿐이었다. 류하린은 이를 악문 채 어깨로 문을 더 밀었고, 강서율의 손바닥은 문고리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설연은 문에서 한 발 더 물러섰다. 다섯 번째 침대 머리맡으로 다가가 커튼 자락을 내려 빈 이름판과 긁힌 금박 자국을 가렸다. 학사력의 붉은 실 쪽은 보지 않고, 문고리만 바라보며 숨을 죽였다.
"조금만… 조용히요."
윤채린은 문틈에서 귀를 떼지 않았다. 그대로 다섯 번째 침대 쪽으로 손을 뻗어, 접힌 게시판 전단으로 이름판을 덮었다. 전단 모서리가 금박 긁힌 틈을 정확히 덮었고, 종이가 스치는 소리는 나지 않았다. 그때 문 밖에서 짧은 중얼거림이 들렸다. 사감이 혼잣말처럼 말했다. "201호, 이름표가 없으면 아침 점호 때 다시 본다."
윤채린은 그 말을 전단 위에 적힌 낡은 퇴학 공지 제목과 겹쳐 읽었다. 긁힌 금박 아래 지워진 자국과 같은 글자 하나가 전단 구석에 남아 있었다. 문고리 쪽 숨소리는 여전히 손에 닿기 직전에서 멈춰 있었다.
설연이 커튼을 내린 자리와 윤채린이 전단을 올린 자리가 겹쳤다. 천과 종이가 빈 이름판을 이중으로 덮었고, 방 안에서는 「류」만 공기에 남아 있었다. 그때 문 밖에서 손가락 두 번, 짧게, 문고리를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이 장면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3화
📍 동편기숙사 201호 · 밤 · 그 사이 잠깐
입학 첫날 밤, 동편 기숙사 201호였다. 문 밖에서 두 번의 노크가 끝난 직후, 강서율은 문고리 앞, 류하린은 문짝 뒤, 설연은 다섯 번째 침대 머리맡, 윤채린은 문틈에 각각 서 있었다. 창밖 소나기는 아직 석조 처마를 두드리고 있었다.
강서율은 문고리에 얹은 손바닥에 힘을 실었다. 바깥에서 손잡이가 돌아가려는 첫 압력이 금속을 타고 손등까지 울렸지만, 문고리는 돌아가지 않았다. 그는 어깨로 문을 받친 류하린 쪽만 흘겨보고, 대답하지 말라는 눈짓을 보냈다. "열지 마. 이름도 내지 마."
류하린은 문짝에 어깨를 한 뼘 더 밀어붙였다. 강서율의 손바닥이 밀리지 않게, 등으로 문 너머 힘을 받아냈다. 노크 뒤 손잡이가 돌아갈 기척만 귀에 걸렸고, 첫 힘이 어깨뼈로 전달된 뒤에도 문고리는 그대로였다. 입술이 벌어졌다가 강서율의 눈짓에 닫혔다. "아직… 안 열어."
설연은 다섯 번째 침대 머리맡에 그대로 서서 커튼 자락을 손바닥으로 눌렀다. 윤채린이 올려 둔 전단이 미끄러지지 않게만 붙잡았고, 노크가 다시 울려도 문고리 쪽으로는 한 걸음도 나가지 않았다. 손 아래에서는 긁혀 나간 금박과 빈 이름판이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그냥… 모르는 척해요."
윤채린은 문틈에 귀를 붙인 채 손잡이가 돌아가는지 숫자만 세었다. 첫 번째, 두 번째—둘 다 돌아가지 않았다. 다른 손으로 전단 구석의 글자를 엄지로 문질러 가렸고, 퇴학 공지와 같은 획 하나가 더 흐려졌다. 그다음 강서율 쪽으로만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안 돌려. 숨만 있어."
문 밖에서 숨소리가 잠깐 멎었다. 손잡이에 걸린 힘이 풀리고, 사감의 목소리가 문 너머로 들려왔다. "201호. 지금은 열지 않겠군. 아침 점호 때 이름표 없으면 기록한다." 발끝 소리가 복도 끝으로 멀어졌다. 문은 열리지 않았고, 제비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 방 안에는 「류」만 공기에 걸려 있었다. 설연의 손 아래 전단 모서리가 커튼과 어긋나며, 긁힌 금박 자국 한 줄이 다시 드러났다.
이 장면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4화
📍 동편기숙사 201호 · 밤 · 그 사이 잠깐
입학 첫날 밤, 동편 기숙사 201호였다. 사감의 발소리가 복도 끝에서 끊긴 직후, 강서율은 문고리 앞, 류하린은 문짝 뒤, 설연과 윤채린은 다섯 번째 침대 머리맡에 각각 서 있었다. 창밖 소나기는 잦아들지 않았고, 방 안 공기에는 아직 「류」만 남아 있었다.
강서율은 문고리에 남은 손바닥 자국을 쥔 채 귀를 문짝에 붙였다. 복도 끝까지 발소리가 이어지지 않았고, 숨을 한 번 고른 뒤에도 바깥은 비어 있었다. 그는 다섯 번째 침대 쪽으로 고개만 돌려, 어긋난 전단 모서리를 다시 덮으라는 눈짓을 보냈다. "이름 꺼내지 마. 그건 네가 가려."
류하린은 문짝에 어깨를 붙인 채 복도 끝만 들었다. 다섯 번째 침대의 금박은 보지 않았고, 강서율 손바닥에 박힌 금속 자국만 힐끗 확인했다. 자국이 아직 선명했다. 문고리는 돌아가지 않았다. 류하린은 어깨뼈로 문 너머 힘을 받아냈고, 강서율의 손바닥은 밀리지 않았다. "발소리는 끊겼어. 문만… 붙잡고 있을게."
윤채린은 다섯 번째 침대로 다시 붙었다. 전단 모서리가 커튼 밖으로 밀려 금박 한 줄이 드러난 자리를 손끝으로 되짚었다. 그다음 종이를 금박 틈 위로 밀어 맞췄고, 커튼 자락 밑에만 살짝 끼워 두었다. 종이는 떨어지지 않았다. 점호 전까지는 모서리만 삐져 나왔다. "점호 전에 저거 보이면 끝이야."
설연은 머리맡에 그대로 서서, 윤채린이 맞춰 둔 전단 아래로 어긋난 모서리를 커튼 속에 밀어 넣었다. 손바닥으로 천과 종이를 함께 눌렀고, 긁혀 나간 금박과 그 아래 지워진 이름 획은 다시 보이지 않았다. 문고리 쪽으로는 한 걸음도 가지 않았다. "아직… 보이면 안 돼요."
강서율의 「그건 네가 가려」는 문 쪽이 아니라 침대 쪽으로 향했다. 그러나 거기에는 설연과 윤채린이 함께 있었다. 둘은 같은 이름판을 향해 손을 뻗었고, 서로의 손 아래에서 전단과 커튼이 겹쳐졌다. 강서율은 그걸 보며 입술을 닫았고, 류하린은 문만 붙잡은 채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방 안에서 이름을 꺼낸 사람은 없었다.
잠시 뒤, 설연이 손을 조금만 풀었다. 금박 자국은 가려진 채였고, 빈 이름판도 보이지 않았다. 대신 전단 구석의 퇴학 공지 글자 하나가 손바닥에 번져 더 또렷해졌다. 윤채린은 그 획을 내려다봤다. 긁힌 금박 아래 지워진 자국과 같은 모양이었다. 설연도 손끝으로 그 차이를 알아챘지만, 입을 열지 않았다.
문 밖은 여전히 비어 있었다. 사감은 아침 점호 때까지 이 문 앞에 돌아오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학사력의 붉은 실은 성년제를 가리키고 있었고, 전단 모서리는 커튼 밖으로 얇게 삐져 나와 있었다. 방 안에는 「류」만 남았고, 다섯 번째 침대는 비어 있는 채 이름만 지워진 자리처럼 보였다.
이 장면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5화
📍 동편기숙사 201호 · 밤 · 그 사이 잠깐
입학 첫날 밤, 동편기숙사 201호였다. 사감이 복도 끝에서 떠난 뒤에도 방 안 불은 하나만 켜져 있었고, 네 사람은 문과 다섯 번째 침대 사이에서 각자 다른 손만 움직이고 있었다. 창문 틈으로 복도 바람이 들어와 전단 모서리를 밀어 올리려 했고, 공기에는 아직 「류」만 남아 있었다.
강서율은 문고리에 귀를 붙인 채 창틈에 손바닥을 눌렀다. 바람이 종이를 더 내밀지 못하게 막았고, 복도 끝까지 발소리는 이어지지 않았다. 문짝을 붙잡은 쪽은 힐끗만 보고 이름은 꺼내지 않았다. "바람이야. 이름만 내지 마."
류하린은 문짝에 어깨를 한 뼘 더 밀었다. 창틈 바람이 문틈을 흔들지 못하게 무게를 나눴고, 다섯 번째 침대는 보지 않은 채 강서율 손바닥의 금속 자국만 확인했다. 자국이 선명한 동안 문고리 쪽으로 힘을 넘겼고, 문고리는 돌아가지 않았다. "문만 붙잡을게. 손… 그대로 둬."
설연은 다섯 번째 침대 머리맡에 서서, 커튼 밖으로 삐져 나온 전단 모서리만 손가락으로 밀어 넣었다. 윤채린이 맞춰 둔 종이 위를 손바닥으로 한 번 더 눌렀고, 손 아래 금박과 빈 이름판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윤채린의 손등이 종이를 짚을 때 설연은 누르는 힘만 맞춰 주었다. "모서리만… 아직 나와 있어요."
윤채린은 같은 모서리를 커튼 밑으로 밀어 넣었다. 강서율이 창틈을 막자 종이가 밖으로 밀리지 않았고, 설연이 눌러 주는 손 아래에서 획을 짚을 틈이 생겼다. 윤채린은 엄지로 번진 퇴학 공지 획과 금박 아래 지워진 자국을 한 획만 겹쳐 대조했다. 게시판 소문을 외우듯 그 모양을 숫자 세듯 입안에 고정했다. 퇴학 공지 제목 맨 앞 글자와 같은 획이라고 확신했고, 실제로 지워진 이름의 획과는 달랐지만 그 차이는 보이지 않았다. "모서리만 넣었어. 획은… 나중에."
강서율의 말은 문 쪽이 아니라 침대 쪽 공기에 걸렸다. 윤채린이 외운 글자는 아무도 듣지 못했고, 방 안에 남은 이름은 「류」뿐이었다. 전단 모서리는 커튼 안으로 들어갔고, 긁힌 금박 한 줄은 다시 가려졌다. 윤채린은 퇴학 공지 첫 글자 모양을 손끝에 남긴 채 고개를 들었고, 학사력 붉은 실이 가리키는 성년제 날짜는 점호가 다가올수록 더 가까워 보였다. 문 밖 복도는 비어 있었지만, 아침 점호 전에 사감이 이 문 앞에 다시 설 것은 분명했다.
이 장면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6화
📍 동편기숙사 201호 · 밤 · 그 사이 잠깐
입학 첫날 밤, 동편 기숙사 201호였다. 점호가 가까워진 바깥 복도는 차갑고, 방 안에는 강서율과 류하린이 문 앞, 설연과 윤채린이 다섯 번째 침대 머리맡에 각각 서 있었다.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바람은 아직 커튼 속 전단 모서리를 밀려 했고, 공기에는 「류」만 남아 있었다.
강서율은 문고리에 손바닥을 얹은 채 창틈을 더 꾹 눌렀다. 바람이 커튼 안쪽 종이를 다시 내밀지 못했고, 문고리는 돌아가지 않았다. 고개만 침대 쪽으로 돌려 전단과 커튼이 겹친 자리가 흔들리지 않는지 확인했다. "문 쪽은 놔둬. 저거만 새지 않게 해."
류하린은 문짝에 어깨를 붙인 채 고개만 돌려 강서율 손바닥의 금속 자국만 봤다. 다섯 번째 침대는 보지 않았다. 점호 전에 그 자국이 열쇠 소리보다 먼저 보이게 두지 않으려, 문고리 쪽 무게만 더 나눠 받았다. 그러고는 입술을 열었다. "손… 가려. 문만 내가 잡을게."
강서율은 손을 떼지 않았다. 손등만 안쪽으로 돌려 금속 자국을 반쯤 가렸고, 손바닥은 문고리에 남겨 두었다. 류하린이 어깨로 문을 받치자 밀리지 않았다. 문고리는 여전히 돌아가지 않았고, 손등에 남은 자국만 덜 선명해졌다.
설연은 다섯 번째 침대 머리맡에 붙어 커튼 자락을 전단 밑으로 한 겹 더 접어 넣었다. 벽의 학사력에서 성년제 날짜를 가리키는 붉은 실만 힐끗 보고, 금박이 다시 드러날 자리 위에 손바닥을 올려 두었다. 손 아래 금박과 빈 이름판은 보이지 않았다. "점호 전에… 여긴 내가 누르고 있을게요."
윤채린은 같은 머리맡에 붙어 커튼 자락을 한 번 더 내렸다. 전단 모서리가 틈으로 삐져나오지 않게 손바닥으로만 고정했고, 손끝에 남은 퇴학 공지 첫 글자 획은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문고리 쪽은 보지 않았다. "점호 때 모서리만 나와도 끝이야."
설연이 누르는 손 아래에서 윤채린이 힘만 맞춰 주었다. 두 손 사이에서 전단과 커튼이 겹쳐졌고, 모서리는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윤채린은 번진 퇴학 공지 획을 지워진 이름 획과 같은 모양으로 다시 세어 두었고, 그 확신은 설연에게 말하지 않았다. 설연은 손끝으로 전단 글자 하나가 더 또렷해진 것만 알아챘고, 입을 열지 않았다.
강서율의 「저거만」은 문이 아니라 침대 쪽을 가리켰다. 류하린의 「손」은 문고리를 가리켰다. 둘은 서로 다른 곳을 막고 있었지만, 류하린이 말한 뒤 강서율 손등의 자국은 덜 보였고, 류하린 어깨 너머 문고리는 여전히 돌아가지 않았다. 방 안에서 이름을 꺼낸 사람은 없었다.
잠시 뒤, 복도 끝에서 종소리가 한 번 울렸다. 점호였다. 이어 열쇠 묶음이 금속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이 문 앞에서 멈췄고, 문고리 쪽 손등 자국과 침대 머리맡 커튼 사이 전단 모서리가 동시에 드러날지, 아직 버틸지가 갈렸다.
이 장면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7화
📍 동편기숙사 201호 · 새벽 · 그 사이 잠깐
입학 첫날 새벽, 동편 기숙사 201호였다. 점호 종이 방금 끝난 뒤 문 바로 밖에서 열쇠 묶음 소리가 멈춰 있었고, 강서율과 류하린이 문 앞, 설연과 윤채린이 다섯 번째 침대 머리맡에 각각 있었다. 복도 쪽 공기가 문틈으로 차갑게 스며들었다.
강서율은 손등을 소매 안쪽으로 완전히 숨긴 채 문고리에 손바닥을 더 눌렀다. 류하린 어깨 뒤에 붙어 문 쪽 무게를 받아 주었고, 침대 쪽은 보지 않았다. "문만. 이름 내지 마."
류하린은 문짝에 어깨와 등을 한꺼번에 밀었다. 다섯 번째 침대는 보지 않은 채 강서율 손등만 확인했고, 문고리 쪽으로 무게를 더 넘겼다. "손만 빼. 문은 내가."
문 밖에서 문고리가 돌아갔다. 강서율 손바닥이 밀려 문고리는 반 칸 돌아갔고, 손등 자국은 가려졌으나 문고리를 잡은 손바닥이 먼저 보였다. 류하린은 등과 어깨로 문짝을 받아 문틈이 벌어지지 않게 했다. 문고리는 돌아갔지만 문짝은 크게 움직이지 않았다.
설연은 다섯 번째 침대 머리맡에서 커튼 자락을 전단 위에 한 겹 더 눌렀다. 윤채린 손등 옆에 자신의 손바닥을 겹쳐 두고, 문 쪽은 보지 않았다. "문만… 이쪽은 안 보이게 할게요."
문틈으로 들어온 바람이 커튼을 들썩였다. 설연 손 아래에서 천이 밀리며 금박 한 줄과 빈 이름판이 틈으로 드러났다. 설연은 손바닥을 다시 내려눌렀으나, 이미 보인 자리는 거두어들일 수 없었다.
윤채린은 같은 침대에 무릎을 접고 앉아 커튼 자락을 이불처럼 끌어내렸다. 고개를 숙인 챤 호흡 길이를 늦추었고, 전단 모서리는 손바닥으로만 눌러 두었다. 문 쪽은 보지 않았다. "자는 척이야. 커튼만… 그대로."
윤채린 손 아래 전단 모서리는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설연 쪽 커튼이 들썩여 금박이 드러난 순간에도, 윤채린은 눈을 감은 채 손바닥만 그대로 두었다. 설연이 손끝으로 힘을 맞춰 주려 했으나, 윤채린은 고개를 숙인 각도를 바꾸지 않았다.
강서율의 「이름 내지 마」와 류하린의 「손만 빼」는 같은 문을 향했지만 서로 다른 손을 가리켰다. 강서율은 손바닥을 문고리에 남겨 두었고, 류하린은 그 손이 먼저 보이는 것을 막지 못했다. 문 밖 시선은 문고리 위 손바닥에 먼저 닿았다.
사감이 문짝 너머로 말했다. "문 열어라."
문고리는 반 칸 돌아간 채 멈춰 있었고, 침대 쪽 틈으로는 긁힌 금박과 빈 이름판이 보였다. 윤채린은 전단 모서리만 숨긴 채 숨소리를 고르게 유지했고, 방 안에 드러난 이름은 여전히 「류」뿐이었다.
사감은 이어 말했다. "다섯 번째 자리 비었지. 아침에 네 이름 중 하나, 제비로 올린다."
사감 발소리는 문 앞에 그대로였다. 문고리 위 손바닥, 커튼 틈의 금박, 숨 죽인 네 사람 사이에서 빈 이름판만 또렷하게 남았다.
이 장면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8화
📍 동편기숙사 201호 · 새벽 · 그 사이 잠깐
입학 첫날 새벽, 동편 기숙사 201호였다. 점호가 끝난 뒤 문 바로 밖에 사감 발소리가 붙어 있었고, 강서율과 류하린이 문 앞, 설연과 윤채린이 다섯 번째 침대 머리맡에 각각 있었다. 문고리는 이미 반 칸 돌아간 채 멈춰 있었고, 침대 쪽 커튼 틈에는 긁힌 금박 한 줄과 빈 이름판이 드러난 상태였다.
강서율은 소매 끝으로 문고리 위 손바닥을 덮은 채 손잡이가 더 돌아가지 못하게 눌렀다. 류하린 어깨 뒤에 붙어 문짝만 받쳤고, 침대 쪽은 보지 않았다. "안 열어. 제비는 아침이랬잖아."
류하린은 등과 어깨로 문짝을 더 밀었다. 다섯 번째 침대는 보지 않은 채, 강서율 손목을 잡아 등 뒤로 끌어당겼다. 문고리 위에서 손바닥은 사라졌다. "손만 빼. 이름은 아직이야."
그러나 문 밖에서 손잡이가 한 칸 더 돌아갔다. 류하린 등 뒤로 숨긴 손은 복도에 보이지 않았지만, 문틈 너비는 넓어졌다. 사감은 손 주인은 확인하지 못했으나, 방 안이 버티고 있음은 알았다.
설연은 다섯 번째 침대 머리맡에서 드러난 금박과 빈 이름판 위로 손바닥을 내려눌렀다. 윤채린이 누르는 전단이 들썩이지 않게, 커튼 자락을 한 겹 더 끌어내렸다. 문 쪽은 보지 않았다. "자는 척만 해. 여긴 내가 가릴게."
설연 손아래 금박 한 줄은 가려졌다. 커튼 끝을 전단 모서리와 맞춰 접자, 문틈 각도로는 퇴학 공지 글자만 겹쳐 보였다. 빈 이름판 자리는 천 주름처럼 보였고, 침대 발치에는 이불 더미가 하나 더 있는 것처럼 보였다. 설연은 그 각도를 유지한 채 손바닥을 떼지 않았다.
윤채린은 눈을 감은 채 무릎만 바닥 쪽으로 밀었다. 드러난 금박과 빈 이름판 위에 손바닥을 그대로 눌렀고, 설연이 내린 커튼 자락 끝을 발등으로 받쳤다. 문 쪽은 보지 않았다. "자는 중이야… 저쪽만 가려."
윤채린 손등 아래 전단 모서리는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설연이 누르는 힘에 맞춰 손바닥만 더 내렸다. 그 사이 문 밖 발소리가 한 걸음 가까워졌다.
윤채린 입이 먼저 열렸다. "안 자."
방 안 침묵 속에서 그 목소리만 이름 없이 남았다. 윤채린은 입술을 닫았으나, 이미 늦었다. 눈꺼풀은 감긴 채였고, 호흡은 끊겼다.
사감이 문틈으로 말했다. "다섯 번째 침대. 누구냐."
강서율과 류하린은 같은 문을 막고 있었지만, 류하린은 손을 등 뒤로 숨긴 뒤였고 강서율은 손잡이를 더 돌리지 못하게만 누르고 있었다. 설연은 손바닥 아래 금박과 빈 이름판을 가린 채 고개를 숙였다. 윤채린은 무릎 위 손을 떼지 않았다.
사감은 이어 말했다. "이름 없는 목소리는 아침 제비에 먼저 올린다. 문은 지금 열지 않는다."
문틈은 그 너비 그대로였다. 손바닥은 보이지 않았고, 침대 쪽에서는 퇴학 공지 전단 구석 글자만 겹쳐 보였다. 방 안에 드러난 이름은 여전히 「류」뿐이었고, 「안 자」만 복도에 남아 있었다.
이 장면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9화
📍 동편기숙사 201호 · 새벽 · 그 사이 잠깐
입학 첫날 새벽, 동편 기숙사 201호였다. 문손잡이는 이미 두 번 돌아간 채 멈춰 있었고, 문틈 너비만큼 복도 공기가 방 안으로 스며들었다. 강서율과 류하린이 문 앞, 설연과 윤채린이 다섯 번째 침대 머리맡에 각각 있었다. 복도에는 「안 자」의 잔향만 옅게 남아 있었다.
강서율은 손바닥으로 손잡이를 눌러 더 돌아가지 못하게 고정했다. 어깨를 문짝에 붙여 틈을 좁혔고, 침대 발치는 보지 않았다. "대답하지 마. 이름은 아직이야."
손잡이는 더 돌아가지 않았다. 문틈 너비는 줄었고, 복도 시선이 이불 각까지 내려오지 못했다. 강서율 어깨 뒤에서 류하린이 등과 어깨로 문짝을 더 밀었다. 둘이 붙어 있는 무게가 문 앞에 실렸다.
류하린은 다섯 번째 침대를 보지 않은 채 강서율 소매를 문고리 쪽으로 밀었다. 손목 윤곽이 틈으로 스쳤으나 손바닥은 다시 드러나지 않았다. "이름 내지 마. 문만이야."
문틈은 넓어지지 않았다. 사감은 손 주인은 확인하지 못했으나, 문 앞에 두 사람이 붙어 있음은 알았다.
설연은 다섯 번째 침대 머리맡에서 손바닥을 떼지 않은 채 커튼과 전단 겹침을 문틈 각도로 한 뼘 더 맞췄다. 윤채린 손목 위에 손가락만 겹쳐 두었다. "대답하지 마. 여긴 빈칸이야."
금박 한 줄과 빈 이름판은 문틈 각도에서 전단 글자처럼 보였다. 퇴학 공지 구석 획만 겹쳐 보였고, 빈칸 자리는 종이 주름처럼 이어졌다. 설연은 그 각도를 유지한 채 윤채린 손목을 가볍게 눌렀다.
윤채린은 눈을 감은 채 무릎 위 손바닥만 전단과 커튼 주름에 더 눌렀다. 입술은 닫았고, 호흡은 자는 길이로 되돌렸다. 문 쪽은 보지 않았다.
그러나 졸음 버릇처럼 입술이 먼저 움직였다. "…연."
한 음절만 방 안에 떨어졌다. 설연은 그 소리를 귀에 남긴 채 손가락을 더 내렸다. 윤채린이 자신을 부른 줄 알았다. 설연은 대답하지 않았다.
문 밖에서 사감이 말했다. "다섯 번째. 발치 이름. 한 번만."
침대 발치 이름은 불리지 않았다. 방 안에는 대답이 없었다. 설연 손 아래 전단은 흔들리지 않았고, 윤채린은 목을 열지 않았다.
사감은 잠시 멈춘 뒤 이어 말했다. "대답 없음. 제비 명단, 빈칸."
강서율과 류하린은 같은 문을 막고 있었지만, 강서율은 손잡이만, 류하린은 소매와 어깨로 각각 다른 손을 가리고 있었다. 설연은 빈칸이라고 말했고, 윤채린은 「연」만 남겼다. 방 안에 드러난 이름은 여전히 「류」뿐이었다.
사감 발소리는 문 앞에 그대로였다. 아침 제비에 이름 없는 목소리가 먼저 올라가고, 빈칸 하나가 미리 적혔다.
이 장면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10화
📍 동편기숙사 201호 · 새벽 · 그 사이 잠깐
입학 첫날 새벽, 동편 기숙사 201호였다. 문손잡이는 두 번 돌아간 채 멈춰 있었고, 복도에서 종이를 펼치는 소리가 났다. 강서율과 류하린이 문 앞, 설연과 윤채린이 다섯 번째 침대 머리맡에 각각 있었다. 방 안에는 「류」와 「연」만 남아 있었다.
강서율은 어깨를 문짝에 더 붙여 문틈을 좁혔다. 손바닥으로 손잡이만 눌러 고정했고, 침대 쪽은 보지 않았다. "빈칸에 이름 대지 마. 아침까지야."
손잡이는 더 돌아가지 않았다. 복도로 새어 나가는 목소리도 없었다.
류하린은 다섯 번째 침대를 보지 않은 채 강서율 등 뒤에 붙었다. 어깨와 등으로 문짝을 눌러 틈이 벌어지지 않게 했다. "이름 고르지 마. 문만 막아."
문틈 너비는 늘지 않았다. 사감 발소리는 문짝에만 닿았고, 방 안에 드러난 이름은 여전히 「류」뿐이었다.
문 밖에서 사감이 말했다. "제비 명단 읽는다. 문은 열지 않는다."
종이가 한 장 넘어갔다. 「이름 없는 목소리」가 먼저 불렸고, 잠시 뒤 「빈칸」이 이어졌다. 사감은 빈칸 옆에 연필을 대며 말했다. "다섯 번째 자리. 방 안에서 하나 골라 적어라."
설연은 다섯 번째 침대 머리맡에서 손바닥을 떼지 않은 채 전단 구석을 무릎 쪽으로 한 겹 접어 눌렀다. 번진 획이 문틈 각도로 스치지 않게 접힌 모서리를 커튼 주름과 맞춰 두었고, 윤채린 손목 위에 손가락만 더 얹었다. 문 쪽은 보지 않았다. "빈칸은 그냥 둬. 이름 내지 마."
접힌 전단 모서리는 문틈에서 공문 여백처럼 보였다. 손바닥에 번져 또렷해진 퇴학 공지 획은 접힌 종이 안쪽으로 들어갔고, 문틈으로는 글자 하나만 겹쳐 보였다. 설연은 그 각도를 유지한 채 윤채린 손목을 가볍게 눌렀다.
윤채린은 눈을 감은 채 무릎 위 손바닥만 전단과 커튼 주름에 더 눌렀다. 입술은 닫았고, 발등으로 설연 손 아래 각도를 받쳐 두었다. 문 쪽은 보지 않았다.
윤채린 발등이 전단을 밀어 문틈 각도가 고정되었다. 퇴학 공지 첫 획은 이름 획처럼 읽히지 않았고, 빈 이름판 자리는 전단 주름의 연속처럼 보였다. 윤채린은 제비 빈칸에 불릴 이름을 내지 않았다.
그러나 설연은 윤채린이 낸 「연」을 아직 귀에 두고 있었다. 윤채린 입술이 움직이려 하자 설연이 손가락으로 손목을 한 번 더 눌렀다. 윤채린은 대답하지 않았다.
강서율과 류하린은 같은 문을 막고 있었지만, 강서율은 손잡이만, 류하린은 등과 어깨로 각각 다른 손을 가리키고 있었다. 설연은 빈칸을 그냥 두라 했고, 강서율은 아침까지 이름을 대지 말라 했다. 넷 모두 이름을 고르지 말라 했으나, 복도에서는 빈칸 옆 연필 소리만 기다리고 있었다.
사감은 다시 말했다. "빈칸에 대응할 이름. 지금 하나."
방 안에는 대답이 없었다. 설연 손 아래 전단은 흔들리지 않았고, 윤채린은 호흡만 자는 길이로 맞추었다. 사감은 종이를 접지 않았다. 연필 끝은 빈칸 위에 그대로였고, 아침 제비 명단에는 아직 아무 이름도 적히지 않았다.
이 장면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11화
📍 동편기숙사 201호 · 새벽 · 그 사이 잠깐
입학 첫날 새벽, 동편 기숙사 201호였다. 문손잡이는 두 번 돌아간 채 멈춰 있었고, 복도에서는 연필 끝이 빈칸 위를 맴도는 소리만 났다. 강서율과 류하린이 문 앞, 설연과 윤채린이 다섯 번째 침대 머리맡에 각각 있었다.
강서율은 어깨를 문짝에 더 붙인 채 손바닥으로 손잡이만 눌렀다. 숨은 문틈 쪽으로 나가지 않게 몸을 가렸고, 침대 쪽은 보지 않았다. "음절도 내지 마. 빈칸은 그냥 둬."
손잡이는 더 돌아가지 않았다. 문짝에 실린 어깨 너머로 숨결이 복도로 새지 않았다.
류하린은 강서율 등 뒤에 붙어 장갑을 문틈에 밀어 넣었다. 입술을 다문 채 어깨로만 문짝을 더 눌렀다. "적지 마. 그건 이름 아니야."
장갑 솔기가 나무 가장자리에 스쳤으나 문틈은 좁혀졌다. 복도 쪽 시선은 문짝과 장갑뿐이었고, 침대 발치 각도와 접힌 전단 모서리는 닿지 않았다. 사감 연필은 빈칸 위에서 멈춘 채, 방 안 단서를 받지 못했다.
설연은 다섯 번째 침대 머리맡에서 손바닥을 떼지 않은 채 접힌 전단을 한 번 더 눌렀다. 종이 넘기는 소리만 문틈 밖으로 새 나갔고, 손바닥 아래 번진 퇴학 공지 획은 접힌 안쪽에 남았다. 윤채린 손목 위에 손가락을 가만히 얹었다. "빈칸이야. 숨만 쉬어."
접힌 모서리는 문틈 각도에서 공문 여백처럼 보였다. 설연은 입술이 다시 열리지 않게 각도를 유지했다.
윤채린은 눈을 감은 채 발등으로 설연 손 아래 전단 각도를 한 번 더 눌렀다. 입술은 이불깃에 물었고, 호흡만 자는 길이로 맞추었다.
윤채린 입술 밖으로는 아무 음절도 나오지 않았다. 이불깃에 물린 자리만 젖었다. 설연은 손목 위 손가락을 한 번 더 내렸고, 강서율은 복도 쪽 숨소리가 끊긴 것을 어깨로 알았다. 사감이 기다리던 한 글자는 방 안에 떨어지지 않았다.
문 밖에서 사감이 잠시 멈춘 뒤 말했다. "음절 대입은 하지 않는다. 빈칸은 비운 채 접는다. 아침 점호에 다시 읽는다."
연필 소리가 멀어졌다. 제비 명단은 접혔으나 빈칸에는 아무 획도 새겨지지 않았다. 「이름 없는 목소리」는 첫 줄에 남았고, 다섯 번째 자리는 종이 위에서도 침대 머리맡에서도 비어 있었다.
강서율과 류하린은 같은 문을 막고 있었지만, 류하린은 장갑으로 틈을 메웠고 강서율은 손잡이와 숨결까지 가리고 있었다. 설연은 윤채린 손목을 놓지 않았고, 윤채린은 이불깃을 놓지 않았다. 복도 발소리는 문 앞에서 멈춘 채, 점호 종만 기다리고 있었다.
이 장면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12화
📍 동편기숙사 201호 · 새벽 · 그 사이 잠깐
입학 첫날 새벽, 동편 기숙사 201호였다. 문손잡이는 두 번 돌아간 채 멈춰 있었고, 복도에서는 접힌 종이가 주머니 안으로 들어가는 소리만 났다. 강서율과 류하린이 문 앞, 설연과 윤채린이 다섯 번째 침대 머리맡에 각각 있었다. 점호 종은 아직 울리지 않았다.
강서율은 어깨를 문짝에 붙인 채 손잡이만 눌렀다. 류하린 등 뒤에서 장갑 가장자리가 스치는 기척이 느껴지자, 손바닥을 문틈 쪽으로 내밀었다. "종 울릴 때까지 손 빼지 마. 빈칸은 그대로야."
손가락이 미끄러졌다. 손잡이가 반 칸 더 돌아가며 금속 소리가 복도에 튀었다. 문고리 위 손바닥 자국이 한 줄 더 선명해졌고, 강서율은 손을 떼지 못한 채 숨을 삼켰다.
류하린은 강서율 어깨 너머로 장갑 솔기만 천천히 당겼다. 금속 소리가 난 순간, 복도 발소리가 문 앞에서 한 걸음 멀어졌다. "자국만 지워. 이름 내지 마."
장갑은 빠져나왔다. 나무 가장자리의 솔기 줄은 장갑 안쪽으로 접혔고, 복도 각도에는 손도 흔적도 남지 않았다. 류하린은 빈 손등을 문짝에 대지 않은 채, 문틈이 이전보다 좁아진 것을 어깨로 확인했다. 사감은 손잡이 소리만 듣고, 침대 발치와 접힌 종이 모서리에는 연필을 대지 않았다.
설연은 다섯 번째 침대 머리맡에서 손바닥을 떼지 않은 채 접힌 전단 모서리를 커튼 주름 안으로 한 겹 더 밀어 넣었다. 손바닥 아래 번진 퇴학 공지 획은 접힌 안쪽에 남았고, 문�em 각도에서는 공문 여백만 보였다. 윤채린 손목 위에 손가락을 가만히 얹었다. "빈칸은 그대로. 숨만."
접힌 모서리는 흔들리지 않았다. 문틈으로 「연」 한 음절도 스치지 않았고, 빈 이름판 자리는 종이 주름의 연속처럼 이어졌다.
윤채린은 눈을 감은 채 이불깃을 입술에 더 물었다. 발등만 설연 손 아래 전단에 얹어 각도를 받쳤고, 복도에서 종이가 주머니에 들어가는 소리를 하나 세었다. 입술 밖으로는 아무 음절도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금속 소리 직후 발소리 간격이 바뀌었다. 윤채린은 그 간격을 숫자로 붙잡았다. 사감이 문 앞에서 물러섰다는 뜻이었다. 설연은 윤채린 손목 위 손가락을 한 번 더 내렸고, 윤채린은 눈을 뜨지 않은 채 고개를 아주 조금만 끄덕였다.
점호 종이 울렸다. 문은 두드려지지 않았다. 복도에서 종이를 펼치는 소리가 났고, 사감 목소리가 이어졌다. "아침 제비. 「이름 없는 목소리」부터."
첫 줄 이름은 불렸고, 잠시 뒤 「빈칸」이 이어졌다. 연필 끝이 빈칸 위에 잠깐 멈춘 뒤, 아무 획도 새겨지지 않았다. 명단은 다시 접혔고, 다섯 번째 자리는 종이 위에서도 침대 머리맡에서도 비어 있었다.
강서율과 류하린은 같은 문을 막고 있었지만, 강서율은 손잡이와 금속 자국을, 류하린은 장갑과 문틈을 각각 다른 손으로 지웠다. 설연은 번진 획을 접힌 종이 안에 남겼고, 윤채린은 소리 간격만 기억했다. 방 안에 드러난 이름은 여전히 「류」와 「연」뿐이었다.
사감 발소리는 복도 끝으로 멀어졌다. 그러나 문고리는 세 번 돌아간 채 멈춰 있었고, 손바닥 자국은 복도 각도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 장면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13화
📍 동편기숙사 201호 · 새벽 · 그 사이 잠깐
입학 첫날 새벽, 동편 기숙사 201호였다. 문손잡이는 세 번 돌아간 채 멈춰 있었고, 복도 끝에서는 발소리가 더 이상 멀어지지 않았다. 강서율과 류하린이 문 앞, 설연과 윤채린이 다섯 번째 침대 머리맡에 각각 있었다. 점호 종은 이미 지나갔고, 제비 명단 빈칸에는 아직 획이 없었다.
윤채린은 눈을 감은 채 이불깃을 입술에 문었다. 발등으로 설연 손 아래 전단 각도를 받치고, 복도 침묵만 간격으로 세었다. 다섯 번, 여섯 번—발소리는 복도 끝에 머물러 있었다. 되돌아오기 전까지 남은 숫자였다. 윤채린은 고개를 아주 조금만 끄덕였다.
강서율은 어깨를 문짝에 붙인 채 손바닥만 손잡이 위로 미끄러뜨렸다. 손등은 나무에 닿지 않았고, 자국은 문고리 그늘 쪽으로 문질러졌다. "자국만. 숫자 적히게 두지 마."
손잡이는 네 번째 칸으로 가지 않았다. 복도 각도에 선명하던 손바닥 흔적은 겹무늬처럼 흐려졌고, 세 번째 칸은 그대로 눌려 있었다.
류하린은 강서율 어깨를 살짝 밀어 문 앞에서 한 뼘 물러섰다. 장갑 손바닥만 문틈으로 넣어, 손등은 문짝에 대지 않은 채 문고리 위를 문질렀다. "자국만 지워. 숫자 적히기 전에."
강서율은 밀린 자리에서도 손잡i만 누르고 있었다. 류하린 장갑이 금속을 스치는 소리는 나지 않았다. 문틈 밖 각도에서는 손바닥 자국이 보이지 않게 옅어졌고, 장갑 안쪽 솔기 줄만 접혀 들어갔다. 류하린은 빈 손등을 문짝에 대지 않은 채,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이 하나처럼 보이는 각도를 확인했다.
설연은 다섯 번째 침대 머리맡에서 손바닥을 떼지 않은 채 접힌 전단을 커튼 주름 안에 한 겹 더 눌러 넣었다. 문 쪽은 보지 않았고, 윤채린 손목 위 손가락만 가만히 내렸다. "문엔 손대지 마. 여긴 빈칸이야."
접힌 모서리는 흔들리지 않았다. 손바닥에 번져 또렷해졌던 퇴학 공지 획은 종이 안쪽으로 완전히 들어갔고, 전단 구석의 지워진 이름 글자도 주름 속에서 겹치지 않게 맞춰졌다. 문틈 각도로는 공문 여백만 이어졌고, 빈 이름판 자리는 종이와 커튼의 연속처럼 보였다.
그러나 문 앞에서는 손이 움직이고 있었다. 설연은 문을 건드리지 말라 했고, 강서율과 류하린은 같은 문고리 자국을 지우고 있었다. 윤채린은 이불깃을 놓지 않은 채 그 어긋남을 숫자로만 세었다. 설연 손 아래 전단은 흔들리지 않았고, 문 쪽 자국은 사라져 갔다.
윤채린이 세던 침묵 간격이 끊겼다. 복도 끝 발소리가 한 걸음 가까워졌다. 사감 목소리는 아직 문 앞까지 오지 않았으나, 연필을 여는 소리만 앞서 왔다. 강서율 손바닥 아래 손잡i는 세 번째 칸에 그대로였고, 문고리 위에는 새 손바닥 자국이 없었다. 방 안에 드러난 이름은 여전히 「류」와 「연」뿐이었으나, 빈칸 옆 메모 칸에 적힐 숫자는 아직 비어 있었다.
이 장면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14화
📍 동편기숙사 201호 · 새벽 · 그 사이 잠깐
입학 첫날 새벽, 동편 기숙사 201호였다. 문손잡이는 세 번째 칸에서 멈춰 있었고, 복도 끝 연필뚜껑 소리는 문 앞까지 닿았다. 강서율과 류하린이 문간에, 설연과 윤채린이 다섯 번째 침대 머리맡에 각각 있었다.
윤채린은 이불깃을 입술에 문 채 설연 손목 위에 손가락을 두 번 찍었다. "둘."
각인은 남았으나, 찍힌 박자보다 한 박자 앞서 문 앞 그림자가 움직였다. 윤채린은 발등으로 전단 각도만 받쳤고, 어긋난 간격을 숫자로만 되씹었다.
강서율은 손잡이에서 손을 뗐다. 한 발 늦게 문짝에서 물러서며 류하린 소매를 잡았다. "앞에서 빼. 숫자 적히게 두지 마."
나무가 가볍게 삐걱였다. 복도에서 연필 끝이 멈추는 소리가 났고, 빈칸 옆 메모 칸에 「문 앞 2」가 먼저 적혔다.
류하린은 강서율 어깨 뒤로 한 발 더 붙었다. 손등도 장갑도 문짝에 닿지 않았고, 강서율이 잡은 소매는 당기지 않은 채 그림자만 맞췄다. "세지 마. 난 여기 없어."
복도 각도에서는 그림자가 하나로 겹쳤다. 젖은 창 너머 빛이 문간에 한 줄만 드리웠고, 물러선 자리는 그 줄 안쪽에서 비어 보였다. 사감은 문을 열지 않은 채 손잡이만 확인했고, 문고리 위에는 손바닥 자국이 없었다. 그러나 메모 칸의 「2」 옆에 연필이 잠시 멈춘 뒤, 「겹침·1」이 이어졌다.
설연은 다섯 번째 침대 머리맡에서 손바닥을 떼지 않은 채 커튼 주름 속 전단만 더 눌렀다. 문 쪽은 보지 않았고, 윤채린 손목 위 손가락을 가만히 내렸다. "여긴 빈칸이야. 숨만."
전단 주름과 커튼 각도는 흔들리지 않았다. 번진 퇴학 공지 획은 여전히 안쪽에 있었고, 구석의 지워진 이름 글자 하나는 주름 안에서 종이 결과 맞닿아 있었다. 문틈 각도로는 공문 여백만 이어졌고, 빈 이름판 자리는 천과 종이의 연속처럼 보였다.
문 밖에서 사감이 말했다. "손바닥은 없군. 명단은 그대로다. 「이름 없는 목소리」, 「빈칸」, 메모—문 앞 겹침 하나."
명단을 접는 소리가 났다. 빈칸에는 여전히 획이 없었으나, 메모 칸만 두 줄이 채워져 있었다. 강서율은 손에서 떨어진 소매를 놓지 못한 채 「2」가 먼저 적힌 종이를 떠올렸다. 류하린은 문짝에 손을 대지 않은 채, 복도에 남은 그림자가 하나였음을 확인했다. 윤채린은 설연 손목의 두 번 찍힌 자리와, 한 박자 어긋난 자신의 손가락을 구분했다.
설연은 전단 구석 주름을 한 번 더 눌러, 지워진 글자가 퇴학 공지 획과 겹치지 않게 맞춰 두었다. 윤채린은 그 글자 모양을 눈으로 읽으려 하다가, 입술에 이불깃을 다시 물었다. 방 안에 드러난 이름은 여전히 「류」와 「연」뿐이었고, 다섯 번째 자리는 침대 머리맡에서도 종이 빈칸에서도 비어 있었다. 사감 발소리는 복도 아래층으로 내려갔고, 손잡이는 세 번째 칸에 남은 채, 메모 칸의 「겹침·1」만 다음 아침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장면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15화
📍 동편기숙사 201호 · 아침 · 그 사이 잠깐
입학 첫날 새벽, 동편 기숙사 201호였다. 문손잡이는 세 번째 칸에서 멈춰 있었고, 복도 아래층 발소리는 이미 끊긴 뒤였다. 강서율과 류하린이 문간에, 설연과 윤채린이 다섯 번째 침대 머리맡에 각각 있었다.
윤채린은 이불깃을 입술에 문 채 설연 손목 위에 손가락을 한 박자 늦게 얹었다. "게시판 가기 전이야."
찍힌 자리는 두 개였다. 윤채린 것은 그보다 한 박자 늦었다. 그 간격을 하나의 숫자로 묶어 두었고, 첫 수업 종까지 남은 침묵만 더 세었다. 발등은 커튼 속 전단 각도를 그대로 받쳤다.
류하린은 문짝과 손잡이에 손을 대지 않은 채 강서율 소매만 잡아 방 안쪽으로 당겼다. "문 앞에 두지 마. 숫자로 남기 싫어."
강서율은 문간에 붙은 채 아래층 소리가 완전히 끊겼는지 귀만 기울였다. 손잡이는 세 번째 칸에서 누르지 않았고, 검지와 중지만 금속을 고정했다. "이름 내지 마. 문만."
소매가 미끄러졌다. 류하린 손아귀에서 빠져나갔고, 복도 각도로 문 앞 그림자가 다시 둘로 갈라졌다. 메모 칸의 「문 앞 2」가 읽히는 각도가 열렸다. 강서율은 그 순간 복도 위쪽에서 연필이 종이를 긁는 소리 하나를 들었다.
설연은 다섯 번째 침대 머리맡에서 커튼 주름 속 전단 구석만 한 번 더 눌렀다. 문 쪽은 보지 않았다. "게시판에 붙기 전엔, 여긴 빈칸으로만."
손끝 아래 지워진 글자 하나가 종이 결에 맞춰 고정됐다. 번져 있던 퇴학 공지 획과 겹치지 않았고, 주름 밖으로 새 나오지 않았다. 윤채린 발등 위 전단은 흔들리지 않았다.
윤채린은 눈을 떴다. 이번에는 퇴학 공지 첫 글자가 아니라, 구석 지워진 획 하나만 보였다. 받침처럼 생긴 그 획이었으나, 입 밖으로는 읽지 않았다. 설연 손목의 두 찍힌 자리와 자신의 늦은 손가락 사이 숫자만 더했다.
복도 위쪽 연필 소리가 한 번 더 났다. 아래층으로 내려갔던 발소리와는 다른 층, 게시판 쪽이었다. 강서율은 손가락으로 손잡이를 고정한 채 그 방향을 알아챘고, 류하린은 놓친 소매 자국만 주먹 안에 남겼다. 둘은 서로를 지키려 했으나, 문 앞에 남은 사람은 하나였고, 문고리 위 손바닥 자국은 이미 없었다.
첫 수업 종이 울렸다. 복도에서 종이를 펴는 소리가 이어졌고, 사감 목소리가 벽 너머로 들려왔다. "메모 칸 게시한다. 「문 앞 2」, 「겹침·1」. 빈칸은 아직 비운다. 채울 마지막 기회다."
명단 빈칸에는 여전히 획이 없었다. 다섯 번째 이름판도 비어 있었고, 방 안에 드러난 이름은 「류」와 「연」뿐이었다. 그러나 복도 게시판에는 숫자가 붙어 있었고, 윤채린이 세던 간격은 종 울림으로 끝났다.
이 장면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에필로그
강서율은 몇 해가 지나도 서식 총무 칸에 자기 이름만 세 번 적었다. 빗물 복도를 지날 때면 목구멍에 남은 고맙다는 말이 아직 자리를 지켰고, 그 대신 교복 리본만 더 비뚤게 맸다. 식당에서는 트레이를 두 손으로 들었다. 문을 먼저 닫던 손은 기숙사를 나온 뒤에도 남아서, 손잡이를 잡을 때마다 손바닥이 먼저 가려지는 각도를 찾았다.
류하린의 장갑은 나무검 자국을 품은 채 서랍 안에 남았다. 악수는 피했고, 사람을 옮길 때면 이름을 부르는 대신 소매만 잡았다. 다른 방의 자기소개는 겨우 끝나 갔으나, 동편 기숙사 복도만 떠올리면 혀 위에 「류」만 남고 다음 음절이 삼켜졌다. 짐을 주워 주고도 미안하다고 먼저 말하던 버릇은, 몇 년 뒤의 훈련장 바닥에서도 그대로였다.
설연은 사서 조수 자리를 오래 지켰고, 대출 기록에서 연애소설 칸은 여전히 가장 길었다. 성년제가 몇 번 지나도록 우산은 먼저 내밀었고, 이름을 묻는 일은 그 뒤에 두지 않은 채 건너뛰었다. 종이를 접을 때면 구석을 공문 여백처럼 한 번 더 눌렀고, 커튼 주름 안에 무언가를 숨기던 손끝이 대출 카드 모서리를 같은 힘으로 고정했다. 누가 「연」이라고만 부르면 그녀는 대답하지 않고 은테 안경만 밀어 올렸다.
윤채린은 합창 솔로가 끝난 학기에 학교를 떠났고, 그 말은 한 사람에게도 남기지 않았다. 교과서는 펴지 않았고, 게시판의 숫자만 외우는 눈은 다른 도시의 공지판 앞에서도 멈췄다. 발소리 간격을 세다 보면 「문 앞 2」와 「겹침·1」이 아직 눈에 붙었고, 손목 위에 손가락을 두 번 찍는 일은 더 이상 하지 않았다. 지워진 획을 받침으로 읽던 버릇만 남아, 이름보다 빈칸을 먼저 찾았다.